'헤이리'는 파주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 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따온 순수 한글 이름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펼쳐지는 헤이리 판 페스티벌(Paju-Heyri Pan Festival)은 헤이리의 문화, 환경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된 축제이다. 2003년 10월 파주시와 헤이리 주최로 처음 열린 이후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는 10/2 ~ 10/10까지 (9일간) "헤이리 아트 장단삼백"이라는 주제로, 긴 코로나 팬데믹에 지친 우리의 심신을 헤이리 주변을 돌아보며 예술로 위로받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파주 특산품인 장단삼백(쌀,콩,인삼)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헤이리 예술마을 곳곳에서 펼쳐졌고, 헤이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이 공유됐다.  무관중 공연으로, 헤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와 헤이리 주민과 파주시민,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을 대상으로 ‘장단삼백 사진 공모전’을 진행하여 수상작을 축제 기간에 맞춰 온라인에 공개했다.

장단삼백 기획전으로 작가 4인이 쌀과 콩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을 전시하는 ‘이 세상에 수많은 종자들이 살아가고 전(展)’과 장단삼백에 어울리는 건강한 재료로 3인의 작가가 친환경 자연주의 정신으로 제작한 오브제를 전시하는 ‘장단삼백 3 ARTISTS’가 이어졌다.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거주 또는 활동하는 예술인 30인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펼쳐진 ‘헤이리 작가전’과 자연과 생태를 사랑하는 예술인과 전문가가 한 곳에 모여 노래하고 토론하고 춤추는 신개념 세미나 ‘생명 사랑-장단삼백 세미나’도 열렸다. 또한 지역축제 나눔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판 페스티벌과 연계한 협력 프로그램의 하나로 파주 어린이를 위한 ‘온라인 사생대회’가 진행됐다.

소항 (소금항아리) 전경

소항 (소금항아리) 전경

자연과 삶

장단콩을 소재로 그린 ‘자연과 삶’ / 이영미 작품

개천절 연휴를 보내고 한적한 평일 오후 짬을 내어 판 페스티벌을 둘러보려고 ‘헤이리 작가전’이 펼쳐지는 갤러리, 소금항아리를 찾았다. 아담한 3층 건물의 소항은 낯선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했다. 개인전과 해외 그룹전에 수십 회 출품하며 지금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영미 작가는 처음으로 장단콩을 그려봤다고 한다.

“올해 축제는 이곳에서 전시하기로 정하고, 나도 참여하고자 작품을 생각하던 중에 장단삼백에 걸맞게 콩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콩은 우리의 삶에 밥그릇 안으로 들어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콩은 처음 그려봤어요. 2층에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한번 천천히 둘러보세요.”
이 작가는 '자연과 삶'이라는 제목의 장단콩 그림을 설명하며 계단으로 안내했다. 1층 매장을 둘러보고 2층에 마련된 전시장으로 올라섰다.

엄마 생각

광목과 무명으로 만든 ‘엄마 생각’ / 김효숙 작품

‘헤이리 작가전’을 설명하는 글귀가 눈에 띄어 옮겨 담아봤다.

‘헤이리 예술마을에 수백 명의 예술인이 거주하거나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화, 공예, 서예 등 그 장르도 매우 다양하죠. 헤이리 예술인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장단삼백을 모티브로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헤이리에서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총 31인의 예술인이 작품으로 답했습니다.
그 작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합니다. 수십 년 작가 활동 중 처음으로 콩을 그려보았다는 작가님도 있습니다. 헤이리 인근 법흥리나 오금리의 풍경을 그린 작가님도 있습니다. 장단면 DMZ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작품을 만든 작가님도 있습니다. 장단 삼백이라는 열쇳말은 생각의 범위를 넓힙니다. 자연을, 동물을, 꽃과 나무를, 계절을, 춤을, 차 한 잔의 여유를, 엄마의 품을, 그리고 흰색을 표현하며 저마다 다채로운 예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장단삼백이라는 열쇳말을 가지고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리오갤러리 입구에  있는 전시 안내판

리오갤러리 입구에 있는 전시 안내판

아토(ATTO)

옻칠 유리 ‘아토(ATTO)’  / 정은진 작품

Untitled’ (제목없음)

한지로 만든 ‘Untitled’ (제목없음) / 박동삼 작품

이어서 헤이리 9번 게이트 근처에 있는 리오갤러리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기획전 ‘장단삼백 3 ARTISTS’가 전시되고 있다. 마련된 리플릿을 펼쳐보니 ‘2012 헤이리 아트 장단삼백을 주제로 기획전시를 준비하면서 지역사회의 생태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환경 재료인 한지와 옻칠이라는 최상의 마감재를 사용하여 만든 작품을 감상하며 시각적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쓰여있다.

전시장 안내요원은 “장단삼백 농산물을 우리가 만날 때에는 대부분 그릇에 담겨 있을 겁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건강한 그릇에 담아보자, 그래서 "재료"에 초점을 맞춘 기획전을 마련했습니다. 건강한 그릇을 만드는 재료, 즉 자연에서 온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 오브제와 예술품을 만드는 작가 3인의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한가한 시간이니 편하게 작품 감상해보세요.”라며 친절하게 얘기한다.

평일 오후 한적한 시간에 찾은 ‘헤이리 판 페스티벌’ 전시회 관람은 일종의 호사였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충분한 거리두기가 가능했기에 오랜만에 마음 편히 예술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를 벗어나 친지들과 함께 축제의 현장으로 빠져들기를 기대해본다.

*  아래의 주소에 접속하면 해당 프로그램과 동영상을 볼 수 있다.

 - 2021 헤이리 판 페스티벌 프로그램 안내    바로가기

- 장단삼백 사진 공모전 (수상 작품감상)    유튜브 바로가기

* 취재 : 김명익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