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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장원굴에서 수능대박을 기원하며
[구도장원굴에서 수능대박을 기원하며]

구도장원굴 1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매번 수능 때만 되면 날씨가 혹한에 이르니 참 기이할 따름이다. 주변에 계신 선생님 몇 분의 자녀들이 오늘 수능을 친다. 어제 늦은 저녁인데도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문구들이 밴드에, 카톡에 도배질이 되었다. 마침 생각나는 곳이 있어 수능 대박을 기원하기 위하여 산행을 제안하였더니만 해설사로 활동하고 계신 선생님 한분이 따라 나서 주신단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9번을 장원했다하여 구도장원공이라 불리는 『율곡이이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율곡선생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회자되어 여기서 말해봐야 빛을 못 볼 터, 하지만 8세에 지으셨다는 『화석정』시는 음미하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구도장원굴 2



​林亭秋已晩 수풀 속 정자에는 가을빛 짙고

騷客意無窮 시인의 시상은 끝이 없구나

遠數連天碧 하늘 닿은 물빛은 더욱 푸르고

想風向日鴻 서리 맞은 단풍은 마냥 붉어라




서울에서 자유로를 거쳐 문산 당동IC에서 37번 국도로 들어오고, 통일로는 문산을 지나 파평면 화석정이라는 유적지 안내표지판을 따라 가면 임진강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화석정에 오를 수 있다. 임진강에 유일하게 있는 초평도 섬도 보이고 철조망 너머로 날씨가 좋을 때는 북한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이니 여기에 마음 풀어 시 한수 지어봄직 할만도 하다.

화석정은 파평면 율곡리에 소재해 있는데 율곡이라는 마을 이름에 대해서는 호환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 마을사람들을 괴롭혔는데 어느 날 지나가는 스님이 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면 호환을 피할 수 있다하여 마을사람들이 마음을 합쳐 밤나무를 심었는데 밤나무 한그루가 부족해 큰일이다 하고 돌아보니 살둥 말둥한 나무가 있어 『너도 밤나무냐』하고 물었더니, 『나도 밤나무』라 해서 호환을 피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때부터 밤나무가 많은 골짜기라 해서 ‘율곡’이라 하였다 한다. 율곡은 이이선생의 호이며 이곳에 선생의 생가 터가 있었던 곳이다 ​

화석정에 올라보니 율곡탐방로라고 여러 갈래 길이 만들어져 있다. 여기 화석정은 의주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거니와 율곡수목원과도 연결이 되어 있어 도토리둘레길로 발길을 돌렸다. 날씨는 영하권에 있음에도 내리쬐는 햇살은 가는 길마다 축복의 빛을 보내는 듯하다.

언젠가 모든 빛이 나를 향하고 있어 ‘신은 나에게 항상 미소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던 희열로 전율했던 그 순간처럼 오늘 이 빛이 가는 길마다 축복을 하지 싶다.

도토리둘레길은 시작점과 끝점을 제외하고는 산의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라 완만하다. 능선의 너비는 족히 3m는 되어서 아마도 이 길로 말을 타고 달렸다는 말이 거짓은 아닐 것 같다. 조금 올라 숨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추니 구도장원길(아홉번 장원을 한 학문정진 가로) 이라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자세한 내용에는 이율곡 일생일대의 최고의 명문장 천도책 『율곡이이의 과거시험 답안-천도책 / 서울신문사 최인호 연재소설 儒林 중에서』 라는 내용의 일부가 筆寫되어 있었다.

구도장원굴 3

발길이 닿으면 길이 되고, 다니던 길도 발길 끊기면 사라진다. 어쩌면 우리는 앞선 이의 발길을 따라 가기가 버거워 굳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능선을 내리 비추는 햇살은 길마다 그림자로 수를 놓고, 오르기 힘들어 고개 들면 능선과 하늘 사이에 나무들이 사다리를 놓아 나무타고 오르면 금방이라도 푸른 창공으로 뛰올라 갈 것만 같다. 고개 하나에 시름 하나 내려놓고 몸이 힘들면 생각도 내려놔 지고 나에게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옛날 한양으로 과거보러 갈 적에 율곡선생은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가늠해 볼 수도 없겠지만 흠모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계속 올라가는 길이라 정강이에 쥐가 나는 듯 땅기는데도 앞서는 일행이 어르신들이다보니 한숨도 내 쉬기 힘들다. 그렇게 줄바위길만 계속일 듯 하더니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에 닿으니 이곳이 장원굴이란다. 『이 굴을 통과하면 과거시험에 합격한다는 전설이 있는 동굴입니다』라고 쓰여 있어 수능일 오늘 아이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좁디 좁은 동굴을 빠져나오려는데 뒤에서 뭔가 잡아당기는 듯하기만 하다. 이게 무슨 조화? 순간 겁이 덜컥 나는데 진정 기도가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얄팍한 생각을 깨우치기 위함일까? 생각은 찰나를 넘나드는 속도임에 틀림없다. 그 몇 발자국 장원굴을 통과하는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치는데, 사실은 배낭이 바위에 걸려 따라 나오질 못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땅만 바라봤던 시야를 들어 밖을 보니 햇살이 빛이 되어 장원굴에 쏟아지고 있다.

구도장원굴 4

자식을 키울 때면 어떤 생각도, 어떤 행위도 기도 아닌 것이 없다. 막 태어난 아이의 고슬고슬한 손가락이 움직일 때면 얼마나 희열에 차 있었던가! 가만히만 누워 있던 아이가 기기 시작하고, 잡고 서고, 혼자 걸을 때면 우리는 얼마나 기뻐했던가! 한창 사춘기가 시작할 때엔 더 이상 내 힘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기도밖에 없었다. 밥을 떠 줄때도, 교복을 다려 줄때도 기도만이 해 줄 수 있는 유일이었다. 오늘 이 장원굴을 지나면서 ‘맞아 맞다! 내가 너희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음이야!’ 비록 이른 새벽 목욕재계하고 정화수 떠놓고 찬바람 맞으면서 새벽기도는 못할지언정 내 이 길을 걸으며 또 장원굴을 지나며 할 수 있는 것이 기도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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